본문 바로가기

농업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 농가 소득 증대 기여도 평가

I. 서론: 농업 부문의 탄소 중립과 소득 창출의 교차점

기후 위기 대응과 2050 탄소 중립 목표(Net-Zero) 달성은 모든 산업 분야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농업은 식량 안보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온실가스(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원으로서 중요한 감축 책임이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농업인들이 논물 관리, 비료 사용 절감 등 저탄소 영농 활동에 참여하고, 그 감축 실적을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으로 인정받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환경적 목표(온실가스 감축)와 경제적 목표(농가 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는 상생(Win-Win)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본고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업 부문 탄소 배출권 거래 시스템의 실효성을 평가하고, 이것이 실제 농가 소득 증대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 농가 소득 증대 기여도 평가
탄소 경제로 가는 농업의 길 (출처: 자체 제작 AI 이미지 - Google Gemini)

II.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구조 및 성과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주로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Voluntary GHG Reduction Program)' 형태로 진행되며, 이는 기업의 상쇄 배출권(KOC) 확보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1. 운영 구조 및 주요 감축 활동

  • 자발적 감축사업: 농가가 논물 관리(AWD), 바이오차 투입, 가을갈이 등 저탄소 영농 활동을 이행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이 실적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운영기관)의 등록 및 검증 절차를 거쳐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됩니다.
  • 기업과의 상생 협력 모델: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 발전사)이 농가에 신재생 에너지 시설(지열 냉난방 등)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농가는 시설 가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기업에 제공하는 농가-기업 간 상생 협력 모델이 시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농가는 막대한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고 생산비 절감 효과를 얻습니다.

2. 소득 증대 기여도의 현 주소 (제한적 성과)

현재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거래 수익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 직접 수익의 제한: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감축 실적은 대부분 정부의 이행비용 인센티브(1만 원/tCO2-eq) 지급이나 기업과의 상쇄 거래 형태로 활용됩니다. 2024년까지 총 85 3천 톤의 CO2 감축 성과를 달성했으나, 이 실적이 민간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어 농가에 고수익을 창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 간접 수익 효과: 농가는 탄소 감축 활동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한편,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통해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부여하여 간접적인 소득 증대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NH 농협금융지주와의 협약 체결은 민간 중심의 시장 거래 활성화에 물꼬를 트는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됩니다.

III. 실효성 저해 요인 및 과제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 증대 기여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1. 측정 및 검증 체계의 과학성 및 복잡성

  • 과학적 신뢰성 부족: 농업 분야는 감축 활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하는 체계가 미흡하여, 크레딧의 신뢰성(Greenwashing 논란)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 복잡한 행정 절차: 감축사업 참여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타당성 평가, 검증 등의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어, 영세한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및 모니터링은 비전문가인 농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2. 시장 거래 기반 및 유동성의 부족

  • 민간 시장 유동성 부족: 그동안 농업 분야는 시장 거래 기반이 미흡하여 정부 주도 인센티브에 의존해 왔습니다. 기업들이 농업 탄소 크레딧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할 요인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아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IV. 인간의 통찰을 통한 시장 활성화 전략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농가 소득 증대의 지속 가능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신뢰성 확보와 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인간의 전략적 통찰이 필요합니다.

  1.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뢰성' 확보: 농업 탄소 배출권의 과학적 신뢰성은 시장 활성화의 전제 조건입니다. GPS 기반 사진 등록, 인공위성 영상 분석, 센서 기반 계측기 등을 활용하여 논물 관리와 같은 영농 활동의 이행 점검을 정량적이고 과학적으로 고도화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탄소 크레딧의 발행 및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2. 탄소 크레딧의 '질적 차별화'와 프리미엄화: 단순히 감축량(tCO2-eq)에 기반한 거래를 넘어, 농업이 창출하는 생물 다양성 증진, 토양 건강 개선 등 공동 편익(Co-benefit)을 과학적으로 측정하여 '프리미엄 탄소 크레딧'으로 인증해야 합니다. 이는 일반 산업 크레딧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도록 시장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 기여도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3. 농업인을 '탄소 자산 관리자'로 육성: 농가를 단순 이행자가 아닌, IT 기반 데이터 교육을 통해 탄소 감축량을 스스로 관리하고 시장 가격 변동에 대응하며 최적의 판매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탄소 자산 관리자'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4. 탄소 거래와 '소비자 시장'의 직접 연계: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탄소 크레딧 시스템과 직접 연동하여, 소비자가 탄소 감축에 기여한 농산물을 구매할 때 그 가치가 농가에게 환원되는 '소비자 참여형 탄소 크레딧'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의향을 소득 증대로 연결시키는 이 전략은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5. 농가 참여를 위한 '행정 간소화' '묶음형 사업' 추진: 복잡한 등록 및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묶음형 감축 사업' 또는 '지역 단위 감축사업'을 활성화하고, 운영 기관이 사업계획서 작성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농가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야 합니다.

V. 결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도적 혁신

농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농가에게 환경 보호를 통한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입니다. 현재의 제한적인 소득 기여도를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의 신뢰성 강화, 시장 기반의 질적 차별화, 그리고 농업인 역량 강화라는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적 통찰을 통해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할 때, 농업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농가 소득 증대라는 경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1.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운영 규정.
  2. 농림축산식품부. (2015). 농업인-기업간 상생협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 (보도자료).
  3. 농림축산식품부. (2025). 농업분야 탄소감축실적 시장거래 시범운영 추진 농가소득증대, 기업의 탄소감축 기여 확대 기대. (보도자료).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 주요국의 농업분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운용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