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업

농업 데이터 주권 확보의 중요성: 대기업 데이터 독점 문제와 농가 보호 방안

1. 서론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DX)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팜, 정밀 농업의 확산은 생산성 향상과 효율적인 자원 관리에 기여하지만, 농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의 소유 및 통제권을 둘러싼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역량을 독점적으로 보유한 소수 대기업에 의한 데이터 독점 심화는 농가 경쟁력을 저해하고 농업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고는 농업 데이터 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기업의 데이터 독점 문제를 진단하며, 궁극적으로 농가를 보호하고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및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농업 데이터 주권 확보의 중요성: 대기업 데이터 독점 문제와 농가 보호 방안
정밀 농업을 위한 통합 데이터 대시보드 (출처: 자체 제작 AI 이미지 - Google Gemini)

2. 농업 데이터 독점의 문제점 진단

농업 데이터는 기후, 토양, 생육, 환경 제어 기록 등 농작물 생산의 핵심 노하우가 담긴 무형자산입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소수 ICT 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에 집중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기술 종속 및 비용 증가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초기 단계에 농가는 센서, 제어 장치 등 ICT 인프라 구축과 함께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이용하게 됩니다. 이때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활용 권한이 전적으로 플랫폼 기업에 있을 경우, 농가는 해당 기술과 서비스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데이터 기반 분석 서비스의 이용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거나 서비스 모델을 변경할 경우, 농가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 경영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2.2. 농가 노하우의 유출 및 불공정한 가치 배분

농업 데이터는 개별 농가의 독자적인 노하우와 영농 경험의 디지털 기록입니다. 이 데이터가 플랫폼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빅데이터화되고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기업은 이를 통해 얻은 최적의 자율제어 알고리즘이나 재배 전략을 상품화하여 농가에 되팔게 됩니다. 농업인이 생성한 데이터로 창출된 부가가치가 농가에게 합리적으로 재분배되지 않고 플랫폼 기업에 집중됨으로써, 데이터를 생성한 농업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됩니다. 이는 농업 분야 디지털 전환의 근본적인 목표인 '생산자 이익 증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2.3. 데이터 상호 운용성 및 혁신 저해

데이터 독점은 농업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저해합니다. 각기 다른 스마트팜 시스템과 장비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특정 기업의 폐쇄적인 플랫폼에 갇힐 경우, 데이터 간의 통합적인 활용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농업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스타트업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농업 기술 혁신 생태계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됩니다.

3. 농가 보호 및 데이터 주권 확보 방안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인에게 데이터 통제권을 부여하고 데이터 경제의 가치가 공정하게 배분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3.1. 농업 데이터 수리권 (Data Portability) 및 통제권 확립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데이터 생성 주체인 농업인에게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수리권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 법적 기반 마련: 농업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언제든지 다운로드하거나 다른 서비스 제공자에게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농업 데이터 수리권을 명시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할지 여부를 농업인이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 농업 데이터 협동조합 모델 도입: 미국 등 해외 사례에서 시도되고 있는 데이터 협동조합(Data Cooperative) 설립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농가들이 공동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통제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조합은 데이터 처리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농업인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역량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3.2. 공공 데이터 플랫폼 및 표준화 추진

민간 대기업의 독점을 견제하고 농업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공공 농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데이터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 데이터 표준화: 다양한 스마트 농업 기기에서 수집되는 환경, 생육 데이터의 수집, 저장, 전송 프로토콜을 통일하는 표준화 작업이 시급합니다. 이는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고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 공공 데이터 개방: 공공 연구기관 및 정부가 보유한 작황 모니터링, 기상, 토양 데이터 등을 익명화 및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이는 민간의 데이터 비즈니스 활성화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3.3. 농업인 역량 강화 및 교육

데이터 주권의 실현은 제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농업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 스마트 농업 교육 확대: 농업인이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계약 조건의 불공정성을 인지하며, 데이터를 이용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영농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 전문 인력 양성:농식품 산업 전반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능화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인력 확보가 절실합니다.  

4. 결론

농업 데이터는 미래 농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며, 농업 데이터 주권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농업인의 생존권과 국가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데이터 독점 구조를 해소하고 공정한 데이터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농업인의 데이터 수리권 및 통제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데이터 협동조합 모델을 지원하며, 공공의 데이터 표준화 및 개방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농가 주도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1. OECD. 농업분야 디지털 혁신과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관련 주요 이슈
  2. 권오복, 김재환. (2007). 위성정보의 농업관측 활용 타당성: 전문가세미나 결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3. 농림축산식품부. (2022). 현장과 민간 중심, 농업생산의 30% 스마트농업 전환 (보도자료).
  4. 문한필, 손찬호. (2022). 농업부문 데이터 거버넌스 관련 해외 사례: 미국 낙농산업을 중심으로. 세계농업.
  5. 여현 외. (2021). 농업부문 데이터 경제 체계 구축을 위한 농업부문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구축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6. 최영찬. (2018). 스마트팜과 빅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