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스마트 농업의 그늘, '디지털 소외'
AI, 빅데이터, 드론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농업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농촌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혜택의 주체가 되어야 할 고령 농업인들은 오히려 '디지털 소외(Digital Exclusion)'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노년기 농업인의 디지털 기기(휴대폰) 보유율은 98.7%에 달해 접근성 격차는 해소되었으나, 정보 생산 및 가공 능력은 20대 농업인의 37.5% 수준에 불과한 '역량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고령 농민의 특성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기술 포용성' 확보 방안을 제시합니다.

II. 고령 농민의 디지털 활용 실태와 장벽 분석
1. PC보다는 '모바일 중심'의 활용 패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년기 농업인은 PC(컴퓨터) 활용 능력은 매우 낮으나, 이동성이 높은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활용 빈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주로 뉴스 검색, 미디어 콘텐츠 시청 등 '수동적 소비'에 머물러 있으며, 농산물 전자상거래나 스마트팜 제어와 같은 '생산적 경제 활동'으로의 전환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2. 고령 농민이 겪는 3중 장벽
- 인지적 장벽: 클라우드, 데이터 동기화 등 추상적인 IT 개념은 직관적 경험에 의존해 온 농업인들에게 낯선 언어입니다.
- 신체적 장벽: 노안으로 인한 가독성 저하, 미세한 터치 조작의 어려움은 물리적인 접근을 차단합니다.
- 심리적 장벽: "기계를 고장 낼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급변하는 기술에 대한 거부감은 학습 의지를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입니다.
III. 성공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단순한 집합식 정보화 교육은 효과가 낮습니다. 연구 및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바일 우선(Mobile-First)' 및 '생활 밀착형' 교육
고령층이 접근하기 힘든 PC 교육 대신, 익숙한 스마트폰 기반의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초기에는 영농 기술보다 유튜브 시청, 카카오톡 활용 등 생활 밀착형 기능을 먼저 교육하여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효능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찾아가는 현장 교육'과 '반복 학습'
고령층은 학습 속도가 느리고 휘발성이 강합니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의 집합 교육보다는 마을회관으로 '찾아가는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하거나, 청년 농업인 또는 디지털 서포터즈가 농가를 방문하여 1:1로 교육하는 '도제식 멘토링'이 필수적입니다 .
3. 시뮬레이션 및 체험형 실습
노지 원예농업이나 스마트팜의 복잡한 제어기를 다루기 전, 가상 시뮬레이터나 테스트 장비를 활용해 '실패해도 안전한 환경'에서 조작 연습을 제공함으로써 기기 조작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야 합니다.
IV. 기술을 넘어선 공감과 연대
AI와 데이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오직 인간의 통찰로만 해결 가능한 정서적, 문화적 접근이 디지털 격차 해소의 열쇠입니다.
1. '자존감'을 세워주는 교육의 미학 (Empathy)
- 고령 농민들은 평생을 흙과 함께해 온 '농사 전문가'입니다. 이들이 디지털 기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어르신의 소중한 경험을 데이터로 남기기 위해 이 도구가 필요합니다"라는 존중의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기술 전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공감의 교육입니다.
2. '동료 효과(Peer Effect)'와 마을 공동체의 힘
- 외부 강사의 백 마디 말보다, "옆집 김 영감이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를 열더라"는 사실이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마을 내에서 디지털 역량이 조금 앞선 고령자를 '디지털 선도 농가(Leader)'로 육성하여, 이웃이 이웃을 가르치는 공동체 기반 학습(Community Learning)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3. 기술의 '적정성(Appropriateness)' 판단 (Less is More)
- 모든 고령 농가에 복잡한 AI 온실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고령자에게는 수백만 원짜리 데이터 분석 시스템보다, "CCTV로 밭을 보고 버튼 하나로 물을 주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 훨씬 실효성이 높습니다. 무조건적인 최첨단이 아닌, 사용자의 역량과 필요에 딱 맞는 기술을 선별해 주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V. 결론 및 제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스마트 농업 성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모바일 중심, 찾아가는 교육, 반복 학습이라는 고령자 맞춤형 전략을 채택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술의 효율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농업인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디지털 포용 정책'을 펼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이 실현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구자춘, 최진용, 김종선. (2024). "노지 원예농업의 스마트화 실태와 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보고 R2024-01.
- 심재헌, 김부영. (2024). "농업인 디지털정보화 증진 방안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책연구보고 P2024-01.
- 이향미. (2023). "노년기 농업인은 어떻게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가?: 스마트 농업 확대를 위한 시사점 제안을 중심으로." 한국산학기술학회 춘계 학술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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